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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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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부영(정치61) 동아시아 평화회의 운영위원장 인터뷰.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8.08.01
          

이부영(정치 61) 동아시아 평화회의 운영위원장 / 몽양여운형기념사업회 이사장

 

변혁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역할을 하는 동문들이 등장하기를 기대

 

최근 정치계에서 정치외교학도의 활약이 저조한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곤 한다. 25년간의 굴곡진 정치 여정 동안 3선 의원을 지낸 이부영 동문은 정계 은퇴 후 시민운동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정치계 원로라고도 할 수 있는 그가 이런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가지는 생각은 무엇일까.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의영(정치 80) 동문을 질문자로 모시고 지난 614일 인사동 찻집에서 이부영 동문을 만났다.

 

김의영(이후 김): 정계은퇴 이후 시민운동 분야에서 많은 활약을 보여주고 계신다. 근황을 전하자면?

이부영(이후 이): 동아시아 시민사회 간의 평화회의인 동아시아 평화회의라는 단체의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홍구 전 총리 등 정치계의 원로들과 신경림 시인, 설정 스님과 같은 예술계, 종교계 원로들이 함께하는 모임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열린 보수와 열린 진보가 모여 함께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일본, 중국의 지식인들과 국제회의를 열어 교류도 하고, 북쪽과도 꾸준히 접촉한다. 몽양 여운형 기념 사업회 이사장도 맡아, 좌우합작과 남북협상을 위해 노력하다 돌아가신 여운형 선생을 기리는 사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쪽과 함께 독립운동 선양 사업을 해보고자 의견교환 중이다. 남북이 서로 치우쳐진 역사 해석을 한 탓에 독립운동사가 왜곡된 부분이 있다. 이걸 바로잡자는 취지의 활동이다.

 

: 마침 어제(13)가 지방선거였다. 높은 투표 참여율과 여당의 압승이 이슈가 되었는데, 이번 지방선거결과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 국민들이 시대적인 대변혁기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를 지지한 결과라고 본다. 45년 해방이후 남북이 분단되고 반목하던 지금까지는 냉전이 한반도를 뒤덮은 시대였다. 87년 체제라는 과도기를 거쳐 이제는 다른 시대, 평화의 시대가 오고 있다. , 민주주의를 보는 국민들의 눈높이도 바뀌었다. 2017 촛불혁명은 419로부터 이어져 온 민주주의 정신이 조금씩 진화해온 결과이다. 부상자도 구속자도 없이, 국민의 직접민주주의가 국회의 탄핵소추와 헌법재판소의 인용으로 그림처럼 이어진 민주주의 혁명이 아니었나. 이제 국민들은 평화, 촛불정신이라는 시대의 흐름과 어긋나는 담론을 지지하지 않는다.

대구경북은 소신을 지켰다. 이것 역시 의미가 있다. 보수가 건강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화공존을 받아들이는 것은 시대적인 과제이다. 미국도 변화하고 있다. 미국과 함께 가는 우리 보수 세력도 바뀔 때이다.

여당의 압승으로 여당이 오만해질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한두 번 목격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거 승리를 계기로 대권을 노려보려고 억지로 정치적 풍랑을 일으키는 시도가 우려스럽다. 이런 시도가 대국을 그르칠 수도 있다. 대국의 틀이 완성될 수 있도록 고민하면서 정치적 운신을 해야한다.

지금은 국민이 지시하는 방향을 뒤쫓아야 한다. 정치인들이 앞서서 국민을 가르치고 끌고 가려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더 현명하다.

: 최근 정치계나 관계에서 정치외교학도들, 우리 정치외교학부 동문들이 활약을 하지 못해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앞서 말했듯이 지금은 대변혁기이다. 평화의 시대, 그리고 촛불 이후 새로운 민주주의의 시대에 걸 맞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를 풀어갈 인물이 필요한데, 요즈음 사회과학도들은 그런 큰 스케일의 고민을 하는 인물들이 많지 않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은 개인의 출세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나라의 큰 과제를 끌어안고 고민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70년대 이후 정치학과에는 고시를 보는 친구들이 많이 늘었다. 이 경향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시대적 고민을 할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는 점에서 아쉽다.

변혁의 시대에 대한 고민이라 함은 예컨대 이런 것이다. 한반도에서 오랜 이념갈등 속 희생된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화해시키고 치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대표적이다. 정계 은퇴 후 시민운동을 하며 여러 정치적 학살 현장들을 돌아보았는데 참 비통했다. 정치학 공부를 헛 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비극이 곁에 있는데 이걸 문제 삼고 치유하는 역할을 정치인, 정치학이 아니라 시인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통일평화연구소 같은 곳에서 이념갈등, 남북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 그러나 지식으로서의 접근과 가슴이 함께 하는 정치는 다르다. 이걸 다룰만한 인물이 새로운 시대에 활약할 수 있다.

대변혁기에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정치교육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한 트럼프도 빨갱이라고 주장하는 태극기 집회,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 다수는 일류고등학교, 일류대학교 출신이다. 내가 이들을 만나 대화를 해보았지만, 막상 만나면 설득이 안 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럼 왜 그런 집회에 자꾸 나가는 것인가. 이들은 자기가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라는 자존심은 있지만 타인과 함께 살고, 자연과 공존하며 사는 법을 교육받지 못했다. 사회의 가장 엘리트들이 사회 진전의 발목을 잡는 현상의 근본에는 결국 시민성과 시민교육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정치교육을 통해 풀뿌리에서부터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 마지막으로 동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요즘 세대들에게는 취업도, 가정을 꾸려 살아가는 것도 어렵다는 점이 정말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그런 속에서도 자기 일신보다도 큰 문제를 고민하고 꿈을 꿀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특히 정치외교학도로서 넓은 시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 동안 한반도는 남북이 갈라져 싸우는 데에 바빠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한반도 밖에 있는 우리 동포들에 대한 고민은 결코 등한시되어서는 안 된다. 고려인 문제를 예로 들 수 있다. 강제이주 당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텐데 우리는 분단을 겪으며 그들을 내버려두고 말았다. 이제는 더 넓은 차원에서 이런 고민까지도 안고 갈 수 있는 포부가 필요하다.

 

조현서 기자

hanacho08@snu.ac.kr